올해 5월에 시작한 작물들의 수확이 모두 끝났다.
토마토는 방울이들이 여럿 맺혀서
나도 먹고 가족들과 나눠먹고
소중한 찡구에게도 나눠줬다.
참외는 수확할 즈음 물때를 잠시 놓쳐서 순식간에
더 자라지 못하고 말라버렸다.
그래도 작은 친구 몇 개를 살려내서 베어먹었다.
애기같이 작은데도
달고 싱그러운 참외향과 물맛이 났다.
참외 안 먹는데, 내가 키워낸거라 마음이 가서
그런지 맛도 향도 애정이 갔다.
가지. 미안한 가지.
여러 병충해를 호되게 겪고 저러다 죽겠네
싶었는데 떡하니 가지를 맺고 키워냈다.
마지막에 가지도 물때를 잠깐 놓쳤는데
그 사이에 말라버려서 더 두면 상할 것 같아 잘라냈다.
가지로 요리를 해먹을 생각이었는데
말라서 저러고 있는 걸 보니 먹을 생각은 안 들고
애틋하고 짠한 마음이 든다. (과몰입).
-
생전 생각도 안해본 작물기르기를 시작했던 봄,
정보를 찾아가며 배워가며 키웠던 과정이었다.
토마토는 선택과 집중을,
참외는 끝까지 잡고 있어야 함을,
가지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라는 걸,
끝의 끝에 가봐야 알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그리고 마지막에 더욱 더 집중해야 한다는 걸.
수확 직전 가장 집중하고 살펴야 한다는 걸.
나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꺼내보고 기억하기 위해 여기에 기록으로 남긴다.
고마웠던 시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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