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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참외, 가지, 토마토

참외, 가지, 토마토(+75일)

by :::::::::: 2021. 7. 27.

모종 심은 날: 21.05.09. (옥상)

더위를 견뎌가며, 안 죽고 자라나고 있다.

물은 3~4일에 한번씩 주는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서 주기는 어려워서 

주말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준다.

 

 

참외

 넝쿨덩쿨 잘 자라고 있다. 벌레가 보여서 일주일 전에 약을 쳐줬다. 

 사진찍는데 잠자리가 날아온 걸 봤다. 벌인가 싶어 흠칫 놀랐는데 큰 잠자리였다.

 몇 년만에 보는 것 같았다. 

 

 참외는 언제 열리나~ 하다가,

 참외 안 열리면 어때. 건강하게 네 명만큼 잘 자라서 살자 하고 얘기했다.  

 참외가 열렸으면 하고 바라는 건 결실을 바라는 자연스러운 소망인거지, 

 참외 자체가 정말 필요하고 꼭 수확을 해야 되는 건 아니다.

 그냥 살아내고 자라는 것 뿐인 걸. 뭐가 되거나 뭘 해야 되거나 그런 거 없어. 

 모양새도 그대로 괜찮아. 죽은 잎과 꽃들을 떼어내고 털어주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사진을 이쁘게 찍어주려고 이리저리 살피는 건 애정이지 네가 달라지길 바라는 건 아니다.

 충분해. 괜찮아.  

 

동글동글 넝쿨넝쿨

 

 

 

 

가지

 벌레가 생겨서 약을 치면-> 잎이 상하고 -> 다시 회복해서 건강해지먼 -> 벌레가 생기고.

 속상하다. 속상해. 쭈그러진 잎을 보면서 속상하다.

 그래도 버텨내며 계속 싹을 틔우는 걸 보면서 또 속상하다.

 일이 아니야. 가지 때문에 속상해. 

 

 

 

토마토 

 동글동글 방울방울 익어가고 있는 중. 

 떨어진 토마토를 주워서 작은 종지에 담아 화장대 위에 두었다. 

 딱히 토마토를 좋아하지도 않아서 먹고 싶지도 않고

 애정을 줘서 키운 토마토를 낼름 먹어버리자니 그것도 묘한 기분이다. 

 무엇보다 예쁘다.

 아주 선명한 붉은색의 예쁜 동그라미를 보고 있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다. 

 내가 좋아하는 건 다 들어가 있다.

 동그랗고, 귀엽고, 모양도 색도 예쁘다. 

 

 

귀여워 저 뒤에 숨은 작은 동그라미 애기 방울 토마토 

 

 

 

 

귀엽다는 표현이 말의 자동완성처럼 늘 나왔던 때가 있었다. 

아 귀여워, 너무 귀여워. 

친구든 연인이든, 아이든 어른이든, 어느 누구에게나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매 순간이 그랬다. 

잃었던(잊었던) 언어를 빛나는 친구 덕분에 다시 떠올리고,

소중한 찡구 덕분에 회복하고, 다시 입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초록이들한테 맘껏 말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