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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일기

반려식물과 같이 살기

by :::::::::: 2021. 7. 21.

장미 베고니아로 시작했던 반려식물이 지금은 꽤 늘었다. 

예뻐서, 나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하나 둘 들였던 것이 어느새 

눈에 닿는 곳에 모두 자리하고 있다. 

 

씨앗을 뿌리면 싹을 틔우고 조금씩 자라나는 게 신기하고 기특하고, 

시들했던 것이 물을 주면 고개를 들고 살아나는 것이 신기하다. 

째끄맣네 했던 게 다음날 또 다음날이면 몰라보게 자라있는 것도 즐겁다.

어느 날에는 해충의 습격을 당한 걸 발견하고, 안쓰럽고 안타깝다. 

약을 치고 힘내라고 응원도 한다. 

죽으려나 싶다가도 살아나고, 간절히 살아나라 살펴도 떠나는 일도 있다.

 

당장에 신경을 써야 할 삶의 과제들이 산더미같고, 더 해야 하나 싶은 일들이 계속 

떠올라 마음이 지칠 때가 있다. 실제로 해야 할 일이라기보다는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이거나, 감정의 잔여물 같은 것들이 많다. 

 

반려식물을 들이고 나서는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도 집을 두루 다니면서 곳곳의 식물들의 상태를 살핀다. 

마치 오자마자 당연히 손부터  씻는 것처럼. 

 

겉흙과 속흙을 살펴보며 물이 부족하진 않은지, 해가 뜨거워서 잎이 지치진 않았는지, 

상한 것들은 떼어내고 혹시 벌레가 보이면 약을 쳐준다. 

어제 안녕하지 않았던 것들은 오늘은 안녕한지, 어제 안녕했던 것들은 오늘도 괜찮은지 

살펴본다. 요즘은 조금 익숙해져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내 손이 닿지 않으면 풀썩풀썩 고꾸라지는 존재가 있다. 

내 고민과 감정의 찌꺼기들에 집중하고 있다간 죽어버리는 존재들이 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살려야 하는 것들에 더 집중하게 된다. 

 

가만히, 고요히 그 자리에서 살아내고, 앓고, 성장하는 존재들을 아무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삶에도 고요함이 찾아온다.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다른 생각들은 흘러가버린다. 

 

예전에 고민과 걱정을 잊고 싶으면 주식을 하라고 주변에 농담처럼 얘기 하기도 했는데

(반은 진심이다. 계좌가 파랗게 질리는 걸 보고 있으면 삶의 자잘한 고통과 스트레스는 

소소하게 느껴진다), 

 

함께 할 환경이 된다면 (환경에 맞는 반려식물을 들이고 살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조금은 다른 방향이 필요하다면, 환기가 필요하다면, 반려식물과 함께 하는 삶도 좋겠다. 

 

나는 평생 식물을 키울 일은 없을 줄 알았어.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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