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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타이거 라들러 레몬, 감자 고로케

by :::::::::: 2021. 8. 5.

 

보양식을 먹어야 해, 라고 했지만 

이미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어서 무겁게 먹을 수가 없었다.

맥주, 아 맥주를 먹으면 될 것 같아, 싶었다. 

맥주만 마시기엔 속이 허할 것 같아 이런 저런 음식을 떠올리다가 

얼마 전에 발견한 감자 고로케가 떠올랐다. 짭조름한 으깬 감자 고로케가 아주아주 맛있다. 

가게에 들러 고로케를 포장으로 구매하고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샀다.

레몬이나 자몽, 오렌지류의 향과 맛이 나는 맥주를 마시고 싶었는데 

다행히 타이거 맥주 뒤, 뒤, 뒤에, 세번째로 숨어있는 레몬맛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는 경험이었다.

나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한 공포와 두려움을 네가 먼저 눈치채고 조언을 주었다. 

어떤 감정도 너무 이해가 되서 오히려 독이 되는 경험을 했음에도,

세상에는 어찌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대화나 일반적인 방식의 소통이 불가능한 사람이 있다는 걸,

타인의 선의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또 겪는다. 

어쩌면 두번째 겪는 무차별의 경험이라서 더 그냥 넘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또다시 못견디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마치 한대 맞은 듯, 아니 실제로 폭력을 당한 것 같은 상태였고,

까무룩 무기력에 빠지고 있던 내게, 그래서 제대로 생각할 수 없고

습관처럼 나를 들여다만 보는 나를 보고 너는

아니야, 도움을 청해. 납작 엎드려 하고 말했지.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 순간에, 같이 있었다.

네가 이렇게나 컸던 적이 있나, 문득 새롭다.

 

삶을 살아나가면서 어떤 경험들을 이해한다는 건 슬픈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같이 있다. 같이 살아나가고 있다.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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